지난달 16~30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라이즈의 전시회 ‘사일런스: 인사이드 더 페임 고요와 파동’에서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젊은 관람객들이 줄을 섰다. 한손엔 응원봉, 다른 한손엔 미술관 리플릿을 들고 있는 풍경이 이례적이었다. 아이돌 그룹 라이즈의 싱글 ‘페임’ 발매를 기념해 열린 특별 전시 ‘사일런스: 인사이드 더 페임 고요와 파동’을 보려는 행렬이었다. 15일간 약 1만4천명이 전시를 관람했 릴게임방법 다. 케이(K)팝 아티스트의 대규모 전시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것은 처음으로, 광화문 한복판의 대표적 현대미술 기관이 아이돌 그룹을 전시 주체로 초청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달 16~30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라이즈의 전시회 ‘사일런스: 인사이드 더 릴게임신천지 페임 고요와 파동’.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술관 외벽에 걸린 대형 펼침막을 보면 아이돌 관련 전시회라는 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눈요기용 전시라기보다 전문 미술 큐레이터의 손길이 느껴졌다. “내면의 성장을 향한 항해를 거쳐 고요한 파동을 감각하는 라이즈의 시간을 담았다”는 문 황금성슬롯 장 아래, 영국 런던 저택에서 촬영한 멤버들 초상 사진과 미디어아트, 거울과 흑막으로 연출한 공간, 멤버별 설치 작업, 독백 영상 등이 이어졌다. 소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멤버들이 치열함 속에서 때때로 마주하는 불안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 그룹의 독자적 장르인 ‘이모셔널 팝’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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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30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라이즈의 전시회 ‘사일런스: 인사이드 더 페임 고요와 파동’.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사례는 ‘미술관으로 향하는 케이팝’이라는 큰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15년 릴게임5만 지드래곤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연 ‘피스마이너스원’은 공공 미술관이 아이돌 세계관을 전시 포맷으로 끌어올린 첫 대형 프로젝트였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커넥트, 비티에스’는 런던·베를린·서울 등 5개 도시에서 동시대 작가들과 협업하며, 아이돌이 후원자·큐레이터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이유는 2023년 미디어아트 전시 ‘순간, 모먼트’를 통해 자신이 구축해온 음악적 이미지를 인터랙티브 설치로 재해석했고, 위너 송민호는 화가명 ‘오님’(Ohnim)으로 아트페어와 기획전에 참여하며 시각예술가로 활동 중이다. 방탄소년단 알엠(RM)은 개인 컬렉션을 바탕으로 202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전시를 준비 중이다.



방탄소년단(BTS) 알엠(RM)은 202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전시를 준비 중이다. 빅히트 뮤직 제공


케이팝 아이돌을 촬영해온 작가들이 미술관의 주인공이 되는 흐름도 두드러진다. 뉴진스의 비주얼을 독특하게 담아낸 사진가 페트라 콜린스는 올해 대림미술관에서 개인전 ‘팬걸’을 열어, 케이팝 이미지 생성에 사용된 몽환적 미학을 시각문화 담론으로 끌어올렸다.
케이팝과 미술관의 접점이 넓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부가적 이벤트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초단기 소비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음악·비주얼·세계관을 온전히 전달하고 경험하게 하는 플랫폼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피드와 티저 중심의 프로모션 방식으로는 아티스트의 서사를 깊이 있게 전달하기 어렵고, 팬들 역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전시는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감정선을 시간·공간·텍스트와 함께 체험하게 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관객층 유입을 가능하게 한다.



2023년 열린 아이유의 미디어아트 전시 ‘순간, 모먼트’.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라이즈 전시를 공동 기획한 에스엠 위저드 프로덕션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프로모션과 앨범 구매만으로는 기획·제작된 많은 것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며 “모든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고 휘발되는 시대일수록, 음악·비주얼·스토리·세계관을 다각도로 체험하게 하는 전시가 더 주목받는다”고 했다. 이어 “케이팝은 이러한 방식을 가장 먼저 실험하며 발전시키는 산업이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전시는 계속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