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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빗썸 공매도, 테더 급등락으로 500억 강제청산

19일 빗썸이 국회 원피스 진행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렌딩플러스’ 자동상환 기능을 통해 1999명, 6370건의 청산이 발생했다. 청산 금액은 총 500억3147만원으로 집계됐다. 빗썸의 ‘렌딩플러스’는 이용자가 보유 코인을 담보로 다른 가상자산을 빌려 매도(공매도)하거나 투자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제2금융권무직자대출 담보 가치가 급락하거나, 반대로 빌린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포지션을 정리한다. 이번 사태에서는 테더(USDT) 시세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담보 비율이 일제히 무너졌고, 자동상환(강제청산)이 대량으로 촉발됐다. 즉, 가격 급등이 ‘빚을 갚기 위한 강제 매수’를 연쇄적으로 불러온 셈이다.
빗썸은 가격 급등 원인을 시장 구조 원리금균등분할 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빗썸은 “해외발 악재로 국내 시장의 ‘김치프리미엄’이 급격히 확대됐고, 테더 프리미엄은 약 5% 수준이었다”며 “테더와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간 김프 차이를 노린 이른바 ‘김치프리미엄 차익거래 알고리즘’이 대량으로 작동하며 매도 호가가 소진됐다”고 밝혔다. 다만 빗썸은 “해당 구간에서 자동상환으로 인한 매수는 전체 거래량의 4% 신한은행 마이너스통장 서류 수준에 불과해 가격 급등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극단적 유동성 공백이 발생했다. 전체 매도 주문 수량은 681개까지 줄었고, 매도 1호가는 5755원, 매수 1호가는 1669원으로 벌어지며 호가 간 격차가 3086원까지 확대됐다. 최고가 체결 시점은 오전 6시 22분 6초였고, 불과 3초 만에 매도 주문이 전세금담보대출 유입되며 1660원으로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3초 사이에 가격이 세 배 이상 요동친 것은 정상적인 시장이라 보기 어렵다”며 “자동상환 시스템이 오히려 리스크를 증폭시킨 사례”라고 지적했다.
빗썸은 내부적으로 ‘도미노 청산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사태를 예방하진 못했다. 해당 시스템은 자동상환 주문이 발생할 경우 국내 타 거래소의 시세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과도하면 자동상환 매수를 일시 보류하는 구조다. 빗썸은 “오전 6시 22분 급등 구간에 자동상환 대상이 된 회원들의 매수 주문은 모두 6시 30분부터 7시 11분까지 분산 체결됐고, 체결가는 1481~1650원 구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는 이미 발생한 뒤였다. 업계에서는 “가격 폭등 이후에 분산 체결이 이뤄졌다면 방지 시스템이 후행했다는 의미”라며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기능이 제때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피해 규모 축소해 보상액 1억원 불과
빗썸은 이후 피해 회원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했지만 금액은 1억원 수준에 그쳤다. 자동상환 당시 테더 시세가 국내 주요 거래소 최고가(1700원)를 초과한 구간만 피해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청산 대상자는 95명, 피해액은 11억 6000만원이다. 빗썸은 지난 17일 초과분 차액만 지원해 총 1억 19만원을 지급했고, 1인당 평균 보상금은 105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피해 산정 기준이 지나치게 좁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빗썸은 1700원 초과 구간 거래만 인정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하 구간에서도 연쇄 청산과 담보 손실이 발생했다. 자동상환 알고리즘이 급등 국면에서 유동성 공백을 키운 구조적 요인도 피해 산정에서 제외됐다. 전체 손실이 아닌 ‘기준가 초과분’만 계산해 피해 규모가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빗썸이 그간 코인 대여 서비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통제 권고를 사실상 무시해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7월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는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신규 영업 중단을 권고 했지만, 빗썸은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거래 규모를 확대했다. 빗썸은 사고 이전에도 담보 대비 대여한도를 6월 400%에서 9월 85%로 단계적으로 낮췄지만, 리스크 노출을 충분히 줄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동상환 주문 방식을 다변화하고, IOC(즉시체결·잔량취소)·FOK(전량즉시체결·불가시취소) 지정가 주문을 추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빗썸은 “급격한 시세 변동 구간에서도 체결 조건을 세밀히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의원은 “테더 가격이 5755원까지 폭등하는 동안 자동상환이 이어졌고, 빗썸의 리스크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며 “이는 단순한 거래 오류가 아닌 구조적 문제이며, 감독 공백이 피해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코인 대여 서비스는 신용거래 성격이 강한 만큼 제도권 수준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며 “국정감사에서 감독 체계의 허점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