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차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면서 유지태에게 한 대사 “라면 먹을래요?”는 이후 “라면 먹고 갈래?”로 변행된 뒤 유행어가 됐다. [사진출처=영화 캡처/ 편집]



한국인의 ‘방(房)’ 사랑은 유별납니다.

한국인에게 방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휴식하면서 사랑과 정을 쌓는 문화 공간입니다.
전통 가옥에서나 근대 가옥에서도 안방, 사랑방, 건넛방, 골방, 다락방, 주방, 큰방, 작은방 등 집 안에 있는 대부분 공간은 방으로 연결됐습니다. 모바일릴게임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죠.
방은 바깥세상으로도 진출했습니다. 노래방, PC방, 게임방, 놀이방, 만화방, 비디오방, DVD방, 소주방, 산소방, 보드방, 멀티방, 무인 라면방 등 놀이와 휴식을 즐기는 공간은 방 이름을 가졌습니다.
일부 방은 퇴폐 유흥과 결합되면서 예술적 ‘방’ 문화를 외설적 ‘밤’ 문화로 만들기도 했지만 바다이야기온라인 방이 주는 정감 어린 이미지는 여전합니다.
한국의 방 문화를 대표하는 곳은 사랑방입니다. 안방보다 작지만 바깥세상과 집안을 연결해주는 곳으로 서재이자 휴식처이며 손님과 교류하는 공간입니다. 다재다능한 멀티방인 셈이죠.


한국차, ‘사랑방 운명’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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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방콕과 차콕도 대유행했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사실 자동차는 예로부터 방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방처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쉬면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서 피로를 풀거나 음악과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다만,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불편은 감수해야 했습니다.

한국인의 유별난 방 사랑은 ‘골방’에 불과했던 자동차를 ‘사랑방’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기가 됐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차단되면서 ‘방콕 릴게임바다이야기 ’(방에서 콕 박혀 지내는 상태)이 일상이 됐습니다.
방콕 탈출구는 차가 마련해줬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방 문화를 자동차에 적극 도입했습니다.
자동차 기술 발전으로 비슷한 가격대라면 성능도 엇비슷해지면서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편의성을 중요한 구매 조건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마사지 기능, 엔터테인먼트 기능, 공기청정 기능 등이 대표적이죠. 방콕을 넘어 차콕 시대가 된 셈입니다.
덩달아 자동차는 다방, 노래방, 산소방, 놀이방 등을 모두 결합해 웰빙·힐링을 제공하는 ‘멀티 사랑방’으로 서서히 진화했습니다.
코로나19로 차의 ‘사랑방 화(化)’는 가속페달을 밟았습니다. 다만, 기존 승용차의 경우 공간의 제약 때문에 골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해결책은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높은 블록 장난감 ‘레고’가 제시해줬습니다.
레고에서 영감을 받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urpose Bulit Vehicle)가 등장했습니다.


SDV·PBV, 골방 탈출, 사랑방으로 진화





다재다능한 현대차 ST1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현대차가 지난해 선보인 SDV인 ST1은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차량의 뼈대(샤시)와 승객실(캡)만으로 구성된 샤시캡(Chassis-Cab) 모델이 기본입니다.

사용 목적에 따라 물류용, 수송용, 응급구조용, 경찰작전용, 캠핑용, 스마트팜 등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기아는 PBV로 맞불(?)을 놓으며 ‘파이’ 키우기에 나섰습니다.
PBV는 기아 봉고와 카니발, 현대차 스타리아 등 미니밴과 승합차의 후손입니다. 봉고 화물차와 현대차 포터 등 1t 트럭의 후손이기도 합니다.
비결은 스케이트보드를 닮아 공간 활용성이 우수한 전기차 플랫폼과 레고처럼 탈·부착할 수 있는 모듈 덕분입니다.
‘모듈’에 따라 여객 수송이나 화물 운송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아 PV5 [사진출처=기아]



PBV를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재정의한 기아는 첫 번째 PBV인 PV5를 최근 선보였습니다.

기아는 승객 탑승에 초점을 맞춘 패신저, 물류·배송에 특화된 카고,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위해 개발된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등 PV5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더 나아가 가전 브랜드 LG전자와 협력해 PBV 맞춤형 공간 솔루션을 적용한 모바일 오피스용 ‘슈필라움 스튜디오’와 차크닉용 ‘슈필라움 글로우캐빈’ PV5 콘셉트카도 공개했죠.
슈필라움 스튜디오는 이동 중 업무 공간이 필요한 고객들을 위한 콘셉트카입니다. PV5 실내 공간에 최적화한 LG전자의 스타일러·스마트미러·커피머신 등 인공지능(AI) 가전을 탑재했죠.
‘슈필라움 글로우캐빈’ 콘셉트카는 냉장고·광파오븐·와인셀러 등을 장착했습니다. 두 콘셉트카는 ‘바퀴달린 풀옵션 오피스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BV 실내, 컵라면이 아니라 한강라면도 먹을 수 있다. [사진출처=기아]



PV5 패신저 모델의 경우 카니발이나 스타리아처럼 사람을 싣고 나르는 목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5인승의 경우 1·2·3열 시트를 1-2-2, 2-0-3, 2-3-0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6인승은 2-2-2 형태입니다.
카니발처럼 회사 임원용이나 의전용은 물론 가족을 ‘VIP’로 만들어주는 ‘아빠차’로도 변신합니다.
PV5는 공간 활용성은 우수하지만 투박하다는 단점이 있는 기존 박스카와 달리 세련됐습니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채택한 효과죠.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를 기반으로 단정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추구했습니다.
PV5는 사랑방처럼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이동수단이자 바깥세상에서 탑승자들을 보호해주는 휴식공간입니다. 다방, PC방, 노래방, 휴게방, 오피스, 살림방, 주방 등으로 꾸밀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혼자서 또는 연인과 가족이 함께 쉬거나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족(蛇足) - 세상을 바꾼 자동차.





히피들이 사랑한 폭스바겐 불리(위)와 후손인 ID. 버즈 [사진출처=매경DB, 폭스바겐/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 대량생산으로 대중화 시대를 연 포드 모델T, 국민차 시대를 연 폭스바겐 비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승리에 기여한 미군용 지프, 히피의 공식 이동수단으로 평화와 자유의 상징이 된 폭스바겐 불리, 자동차를 넘어 문화의 아이콘이 된 BMW그룹의 미니(MINI),

태어난 시기도 모습도 성격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자동차입니다.
스포츠카의 아이콘인 포르쉐 911, 친환경차 시대를 연 토요타 프리우스, 전기차 혁신과 대중화 시대를 연 테슬라 모델3 등도 유력 후보입니다.
정리하다 보니 아쉬운 게 있습니다. 한국에는 세상을 바꾼 차가 없었습니다. 한국을 바꾸고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혁명’ 기질은 부족했습니다.



기아 봉고9, PV5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아쉬움을 떨쳐버릴 기회가 왔습니다. 세상을 바꾼 차가 될 강력한 후보가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기아 PV5입니다. 개인의 일상을, 자동차 세상을 바꿀 운명을 타고 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 OSMU)’ 차종으로 멀티 사랑방으로 거듭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패밀리카·카고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부터 싹수가 보입니다. 지난 달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 상용차 박람회인 솔루트랜스(Solutrans)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상 중 하나인 ‘세계 올해의 밴(International Van of the Year)’을 수상했습니다.
PV5는 세계 올해의 밴 34년 역사상 한국 브랜드 최초이자 아시아 전기 경상용차로도 최초 수상이라는 새로운 역사도 썼습니다. 게다가 심사위원단 26명 전원 일치로 수상이 결정됐습니다.
이번 수상으로 ‘OSMU 끝판왕’을 입증한 기아 PV5는 한국을 넘어 유럽 브랜드 중심의 글로벌 경상용차 시장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글로벌 경상용차 리더가 된다면 국산차 최초로 ‘세상을 바꾼 차’ 타이틀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