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언어·습관을 읽다… 15년 한결같은 주민 주치의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강원도내 수련병원이 가장 큰 규모로 모집한 과목은 내과였다. 하지만 병원당 0~2명 지원에 그치면서 모집단위 대비 지원율은 가장 낮았다. 앞으로 내과 의사를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질지 모른다.


박인호 강원도 속초의료원 내과 과장은 지난 2011년부터 15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전문의를 따고 나서 의사 생활의 전부가 여기(속초의료원)에 있다”고 했다. 내과는 그에게 잘 맞는다. 박 과장은 “사람을 궁금해 하고, 릴게임사이트추천 대화를 즐기는 편이어서 다른 분들에 비해 덜 지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과장을 속초의료원에서 만났다. 그는 입원환자부터 내원환자까지 하루 평균 100명 내외의 환자를 본다. 이날도 내과 대기실은 만석이었다.






바다이야기사이트 박인호 속초의료원 내과 과장이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의료원 앞에 서보였다. 이설화 기자





■어촌주민의 아침은 오전 2시

박 과장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군이나 의원급에서 조절할 수 없는 환자를 무료릴게임 만난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자부터 폐렴, 위장염, 감염병 등 급성질환 환자가 다수다. 환자의 70%는 그를 정기적으로 찾는 단골 환자다. 그가 생각하는 2차 병원 내과 의사는 “대학병원처럼 고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환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다.
내과는 ‘사람 전체’를 본다. 속초의료원 내과 문턱으로는 북부 야마토연타 동해안 주민들의 이야기가 오간다. 만성질환은 지역주민의 직업군, 그로 파생되는 생활습관과 관계가 있다. 박 과장의 진료실에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머문다.
해녀가 직업인 환자들은 당 조절이 안 되고, 호흡기와 관절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박 과장은 “일이 고되니 끝나고 나면 폭식을 하고, 믹스커피와 같이 당뇨환자들에 야마토게임연타 좋지 않은 것을 먹는다”며 “만성질환을 치료하다보면 자연스레 생활습관을 알게 된다”고 했다.
약 처방에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아침 약’이 모두에게 오전 8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벽 2시 배를 타는 어민들의 아침은 한밤 중이다. 박 과장은 “출퇴근 시간이 9시~6시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그분의 언어로 복약시간을 바꿔줘야 한다”고 했다.
■‘가족’ 임종 지키는 의사
의사가 환자에 관심을 가지면, 환자는 의사에게 마음을 내준다. 특히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의사에게 가장 크게 의지한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그는 입원환자를 돌보다 사망선고를 하는 일이 잦다. 그는 “수혈을 비롯해 죽음을 앞두고도 환자는 여러 선택을 해야 한다”며 “‘환자를 안다’는 것은 그의 성향을 고려한다는 것이고, 존엄한 죽음을 고민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족의 임종을 지킨 일도 있다. 한 보호자의 아버지, 어머니, 작은 아버지, 삼촌의 마지막 순간에 그가 있었다. 박 과장은 “보호자가 나를 믿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주치의’는 환자가 죽음의 순간을 맞을 때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홀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고령층이 눈에 밟힌다. 사연은 다르지만 보호자가 어르신과 만나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과장은 “보호자가 없는 어르신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의료진의 임기응변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은 치료 적기를 놓쳐 의료 사각지대에 남는다”며 “지자체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7년 여간 진료부장을 지내며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속초의료원에는 보호자 없이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병상이 총 10병상이다. 1년 최대 30일까지 입원이 가능하다. 박 과장은 “1년에 한 달만 아프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 박인호 속초의료원 내과 과장이 진료 중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설화 기자





■‘관둔 줄 알았다’는 환자들에게

박 과장은 부임 초기였던 2011년, 2012년 무렵을 기억한다. 당시 속초의료원은 시설 공사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임금체불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의료진들의 신경도 날이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환자가 제법 됐다”. 그의 진료실 앞은 의료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었다. 박 과장은 “2012년도 중간 무렵 간호사들이 ‘월급이 다 나왔다’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며 “몇 개월 후가 지나니 이번에는 ‘처음으로 상여금이 다 나왔다’고 감사를 전했다”고 회상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더 어렵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임금 체불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22일 기준 속초의료원의 체불 임금은 17억 여원으로 집계된다. 박 과장도 가장 큰 원인은 수익 대비 의료비용이 더 많이 투입되는 ‘구조’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쓴소리도 덧붙였다. 그는 “시설 공사대금 등을 추가로 지출하는 등 전임 원장의 방만한 경영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역시 이 문제를 알았을텐데 이제와서 병원 책임만을 묻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의사가 휴가를 다녀오면 환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관둔 줄 알았다’는 것. 박 과장은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짠하고 안타깝다. 환자가 마음을 주던 의사들이 서울로 간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상처를 많이 받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 과장은 속초의료원이 다시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갖추기를 바란다. 그 역시 병원의 중추로서 환자를 위한 병원 만들기에 힘쓰고 싶다.

이설화 기자 lof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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